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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에 진심인 시리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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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 작가의 라면에세이
괜히 1등이 아니야, 나도 울리는 신라면

 

이보다 더 라면에 진심일 수는 없다! 한 권이 모두 ‘라면 이야기’로 가득 찬 <라면: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라는 책을 아시나요?
저자 윤이나 작가*는 이 책에서 더할 나위 없이 진심인 라면에 대한 애정을 가득 풀어냈는데요.
그런 그가 N:zin에서 괜히 라면의, 라면에 의한, 라면을 위한 에세이를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언제나 한결 같이 ‘너무나 1등’이었던 신라면에 달걀이 잠영한 이유는 무엇이었을지 기대하며 읽어주세요!

한국인의 매운 맛 기준 "신라면보다 매움"

지난 3월, 오직 라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책 <라면: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를 출간했다. 이후 많은 사람에게 ‘어떻게 한 음식에 관해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들었다. 보통 “라면이라면 가능합니다”라고 하거나, 조용히 책을 건네는 것으로 답을 대신해왔다. 두 번째로 많이 듣는 질문은 ‘그렇다면 제일 좋아하는, 혹은 최고로 꼽는 라면은 무엇인가요?’이다. 라면에 관해 할 말이 너무 많아 책 한 권을 쓴 나지만, 이 질문을 받으면 또 한 권의 책을 쓰고 싶어질 정도다.

나는 최소 5~10종의 라면을 구비해 놓고 처해있는 상황과 그날의 기분, 당일의 온도에 따라서 각기 다른 라면을 택하곤 한다.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제대로 끓이기만 한다면 맛이 없기 어려운 게 라면이라는 음식이고, 모든 라면은 각각의 장점이 있다고 믿는 나이기에 단 ‘하나’를 꼽아보라는 질문은 너무 가혹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보통은 좋아하는 라면 몇 개를 돌려가면서 대답한다. “술을 마신 다음 날, 해장을 위해서 농심 너구리 매운맛을 꼭 준비해둡니다”라든가 “라면땅이라면 역시 안성탕면이죠”하는 식이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신라면은 아니라는 것이다.
신라면은 아니라니. 신라면 입장에서는 기절초풍할 일이다. 농심 신라면이 어떤 라면인가. 신라면은 ‘라면은 역시’ 같은 카피를 붙여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수 있는 업계 부동의 1등이다. ‘농심 신라면’이라는 글자만 써놔도 전 국민이 하나 되어 멜로디를 붙여 합창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신라면은 한국인이 감각하는 매운맛의 기준이다. “신라면보다 매움”이라는 표시가 어느 정도의 매운맛을 의미하는지, 한국인이라면 알 수 있다. 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혹시 신라면이 다른 라면에게 판매율 1등의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 생기게 되더라도, 신라면이라는 매운맛의 기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미 맛의 단위로 통용되고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신라면 파가 아니었다. 여기서 ‘파’라는 것은 좋아하는 마음을 비교하게 될 때 언제나 딸려오는 편가르기다. 세상에는 ‘라면은 역시’ 신라면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신라면’이라는 말에 저항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명백한 후자로 살아왔다. 굳이 말하면 반신라면 파 쯤 되겠지만,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세상에는 많은 라면이 있는데 왜 신라면을 그렇게까지 고집하는지, 왜 그 정도까지 압도적으로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을 뿐이다. 대학 때 MT를 갈 때면 무조건 신라면을 사가던 선배들에게 ‘또 신라면이에요?’라고 묻는 쪽이었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 또 한 권의 책을 쓰고 싶어질 정도다.

딱 보면 알지, 신라면 느낌 아니까

굳이 말하자면 신라면은 ‘너무 1등’이라는 느낌이었다. 맛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어떤 맛인지 너무 알아서 궁금하지 않고,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분명히 원할 것이므로 평소에는 찾아 먹지 않는 그런 라면. 그러니 책 출간을 기념한 출판사의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신라면과 마주쳤을 때 그렇게까지 두 팔 벌려 환영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책에 관해 한 시간 동안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출판사의 마케팅팀이 라면의 블라인드 맛 테스트를 기획했다. 나는 라면을 끓이기도 전부터, 지퍼백 속에 있는 라면의 모양, 면의 굵기, 수프의 색과 건더기의 종류까지 분석하며 라면 맞히기에 골몰했다. 책에도 썼지만 사실 나는 맛을 보고 제품명을 알아맞히는 것으로 좋아하는 마음의 척도를 재려는 시도를 의심하는 편이다. 맛을 아는 것과 음미하는 것, 좋아하는 것은 맛을 외우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심이 자극될 때는 좀 다른 문제다. 나는 첫 번째 문제에서 오락가락하며 상처 난 자존심의 회복을 위해 두 번째 문제에 사활을 걸었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신라면이 등장했다. 끓이기도 전부터 알 수 있었다. 면이 뭉쳐진 모양이 원형이고, 수프의 색이 탁하지 않은 선명한 빨강이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는 바로 그 건버섯이 있다. 라면을 끓여 맛보기도 전, 그러니까 문제를 맞히기도 전에 내가 감탄한 건 바로 이 지점이었다. 농심의 라면에는 시그니처가 있는 것이다. 신라면의 건버섯, 너구리의 다시마, 안성탕면의 된장 색 수프 같은 것. 테스트를 위해 포장지 대신 투명 지퍼백에 들어 있었지만, 내 눈에는 신라면의 빨간 포장지와 붓글씨로 쓴 ‘매울 신辛’자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네, 신라면입니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문제와 당연한 정답에 약간 성의 없는 박수와 시시해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한국인에게 신라면을 알아보는 일은 어려울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내심 자존심 회복에 안심하며, 더 놀랄 일이나 새로운 맛은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생의 매운맛은 예상치 않은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다.

내 책 속 한 챕터의 제목은 ‘달걀은 잠영처럼’이다. 라면에 달걀을 넣고 싶다면 국물의 맛을 해치지 않도록 부드럽게 넣은 뒤 절대로 휘젓지 말아야 한다는 팁이 담겨있다. 그 방식을 재연하기를 원했던 출판사에서 달걀을 준비해두었는데 신라면을 끓일 때 넣으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주었다. 달걀을 넣은 라면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나는 약간 심드렁한 태도로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신라면에 넣는 것이 좋겠네요. 매운 라면이니까 달걀이 들어가면 맛이 좀 더 부드러워지기도 할테고.”

영혼이 감탄한 맛, 한국인의 매운 맛

그렇게 끓인 라면을 맛보는 시간이 되었다. 달걀은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갔고 정확하게 수란의 느낌으로 익어 있었다.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래봤자 신라면이지’라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라면을 집어 올렸다. “와우” 나는 정확히 그렇게 말했다. 왜 한국인의 ‘우와’가 아니고 미국인의 ‘WOW’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순간 내 영혼이 감탄했던 것만은 확실하다.

그날, 달걀이 잠영했던 신라면은 내가 최근 몇 년 간 먹었던 라면 중에 가장 맛있었다. 심지어 증인까지 있었다. 진행을 맡은 나의 친구이자 동료 역시 그렇게 말했다. 진행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까먹을 정도였다고 했다. 댓글도 보지 않고 라면을 먹던 나는, 친구에게 달걀을 양보했다. 국자로 뜨면 약간 덜 익은 노른자를 잘 익은 흰자가 감싼 채 고스란히 떠지는, 최고의 라면 달걀이었다. 아마도 그 순간 맛있는 건 같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언제나 ‘1인분의 라면 1인분의 삶’을 주장하는 나지만 살다 보면 같이 먹는 라면이 최고인 순간도 있는 것이다.
나는 그날 이후로는 ‘사나이 울리는 매운맛은 내 취향이 아니라서’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 그 문장을 책에 썼던 것에 대해 신라면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바로 그 맛을 유지하고 무엇보다 꾸준히 사랑받는 일은 정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제는 마음으로 알고 무엇보다 혀로 안다. 인생의 매운맛, 한국인의 매운맛, 신라면 덕분이다. 요새는 신라면을 늘 떨어지지 않게 챙겨 두고 있다. 라면에 달걀을 넣고 싶을 때, 화끈한 매운맛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을 때 먹는다. 다 아는 그 맛이, 그렇게 맛있다. 역시 괜히 1등이 아니라니까.
윤이나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를 읽고 궁금한 점과 읽은 소감을 댓글로 작성해주세요.
농심인의 질문을 모아 모아 윤이나 작가가 직접 답해드립니다.
에세이에 대한 뜨거운 반응도 언제나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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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2

    댓글목록

    흥미흥님의 댓글

    흥미흥 작성일

    라면하면 가장 먼저생각나는게 신라면 아닐까요? 신라면은 정말 아무도 못이긴다

    소소님의 댓글

    소소 작성일

    책의 일러스트에 뽀글뽀글 라면머리 와 면발티 정확히 익는 시간3분을 재기위한 손목시계, 기다리는동안 입으로 젓가락을 물며 입맛다시는 모습이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책내용과 너무나도 잘어울릴것같네요!
    신라면에 대한 반감이 있으시구나 하며 읽다가 계란하나에 호감으로 바뀌는 순간까지 너무 나도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기본이 되는 '베이스' 라는 말을 쓰는데 신라면은 라면의 기본 '베이스'가 되지않을까 싶어요!
    기본 자체를 좋아하지 않지만 기본에 내가 좋아할만한 다른것을 추가하여 좋아하는 것으로 바꿀수 있기 때문이죠^^
    작가님은라면에 이것만은 꼭넣는다 라고 하는 토핑이 있는지 궁금합니다^__^

    사나이34님의 댓글

    사나이34 작성일

    신라면 최근에 신라면로제스파게티 버전이 유행이던데 레시피 다운 받았습니다. 만들기도 쉽고 맛도 아주 괜찮다고 하던데
    꼭 한번 만들어서 먹어봐야겠네요~!!

    하얀님의 댓글

    하얀 작성일

    신라면에 계란은 정말 환상 조합인것 같습니다. 본연의 신라면도 좋지만 조금 부드러움이 더욱 살아나는 느낌이라서 평소에 좋아하는데, 역시는 역시인것 같습니다~!!

    2리터님의 댓글

    2리터 작성일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읽고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생기네요!
    윤이나 작가님 응원합니다 :)

    애둘아빠님의 댓글

    애둘아빠 작성일

    주말에 라면만 먹고 왔네요 ㅋㅋ 애들도 좋아하고요 !!!!^^

    농심신라면블랙님의 댓글

    농심신라면블랙 작성일

    저녁은 신라면입니다. 다른 라면 많이 먹어봐도 신라면은 못따라옵니다.

    먕먕님의 댓글

    먕먕 작성일

    엄청 몰입해서 읽게 되네요 ㅎㅎㅎ 라면이 한국인에게 주는 의미가 남다르기에 더 보람차게 일하고 있습니다

    킨치님의 댓글

    킨치 작성일

    마지막 문장이 훅 들어오네요...."역시 괜히 1등이 아니라니까"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일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애둘아빠님의 댓글

    애둘아빠 작성일

    오늘 저녁은 신라면으로 당첨입니다 ㅎㅎ

    밍디님의 댓글

    밍디 작성일

    글보니까 신라면이 땡기네요ㅎㅎ 라면은 역시 신라면입니다~~

    nskun님의 댓글

    nskun 작성일

    역시 라면은 신라면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