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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에 진심인 시리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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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제왕 비빔면
맛의 차이는 결정적 ‘한 끗’

 

비빔면의 계절, 여름이 왔습니다. 매콤새콤 여름철 필수식품으로 누가 비벼도 실패 없는 여름철 대표 메뉴죠. 그런 비빔면에도 맛의 차이를 만드는 한 끗이 있다는데요. 라면에 진심인 윤이나 작가가 이번에는 배홍동이 더 맛있어지는 조리 팁을 공개했습니다. 과연 작가가 말하는 시크릿 레시피는 무엇일지, 함께 만나보시죠!

여름엔 역시, 차가운 면이 최고!

눈을 뜨자마자 계시가 오는 날이 있다. 이 계시는 애매하게 오지 않는다.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조금 더운 상태로 잠든 다음 날이거나, 눈을 뜨자마다 이미 기온이 심상치 않음이 느껴질 때, 계시가 올 확률이 올라간다. 땀을 흘린 몸은 나트륨을 원하고, 잤는데도 피곤하다면 뭔가를 챙기거나 품이 드는 요리를 해서 먹기 귀찮다. 몸이 원한다. 오늘은, 무조건 비빔면이다. 비빔면은 언제나 그런 느낌이다.
이날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집에는 언제나 비빔면이 있다. 봉지 국물 라면 5종에 비빔면은 기본이고 쫄면 2종, 컵라면 2종 정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짜장라면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지만, 비빔면은 필수다. 여름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삼복더위에도 뜨거운 라면을 아무렇지 않게 먹는 나지만, 아무래도 여름에는 차가운 면을 먹고 싶은 날이 더 자주 찾아오기 마련이다.

비빔면을 더 맛있게 먹는 팁

라면 책을 쓴 뒤, 독자들이 많이 주는 피드백 중 하나는 라면 끓이는 과정에서 차이를 만드는 작은 팁이 좋았다는 것이다. 의외지만 다행이다. 책을 재미있게 읽는 것도 좋지만 뭐라도 얻어가면 더 좋지 않은가. 그중 비빔면을 더 맛있게 먹는 팁을 특별히 여기 공개하려고 한다. 이걸 알게 된다고 해서 책을 읽을 사람이 안 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을 위해, 봉지라면 물을 끓일 때 실패하지 않는 팁은 숨겨둘 생각이다. 궁금하다면 <라면: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라는 책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비빔면을 더 맛있게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다. 비빔면 봉지를 뜯은 다음에 액상 소스가 들어 있는 수프 봉지를 꺼내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이다. 그다음에 면을 익힌다. 물이 끓고, 면이 익고, 익은 면을 꺼내서 찬물에 헹구는 몇 분이면 소스가 차가워질 시간으로 충분하다. 몇십 번의 실험을 거쳤기에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데, 아무리 찬물에 헹군다고 해도 소스를 차갑게 만드는 것을 따라올 수는 없다. 면을 얼음물에 헹군다면 더욱 좋다. 거기에 냉장고 안에서 차가워진 소스를 비비면 완벽하다. 라면보다 더 실패의 요소가 적은 비빔면이 맛이 없게 느껴질 때 그 이유는 십중팔구 물이 끓는 가스레인지 언저리에 놓여있다가 미적지근해진 소스 때문이다. 맛있는 비빔면을 만드는 한 끗은 바로, 온도인 것이다.

맛을 결정하는 사소한 차이

이전에는 한 끗 대신 킥이라든가 화룡점정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했다. 맛을 완성하는 마지막 한 방, 한 점이라는 의미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끗’이라는 단어야말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주 근소한 차이나 간격’을 뜻하는 이 단어는 보통 “한 끗 차이의 패배” 같은 식으로 사용되는데, 이 승부의 감각이 좋다. 차이라고 할 때의 작은 공간감에서 좀 더 승부처라는 느낌을 받는다. 비빔면의 한 끗은 온도라고 말한다면, 온도를 차갑게 유지할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가 맛을 결정하는 승부처라는 의미가 된다.
끓이고 만드는 레시피에도 차이를 만드는 한 끗이 있지만, 음식의 맛에도 당연히 한 끗이 있다. 특히 여름이 찾아오기 한참 전부터 시작되는 각 라면 회사들의 비빔면 대전에서 그 한 끗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계절상품인 데다가 신제품이 많이 출시되는 시장이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킬 작은 차이가 필요한 것이다. 새콤달콤한 소스가 일단은 기본이라는 느낌 때문인지 예전에는 면으로 차별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비빔쫄면 시장도 등장한 것이 아닐지, 라면 마니아로서 멋대로 추측하고 있다. 가끔 토핑으로 승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좀 특수한 경우가 아닐까 생각해왔다. 오늘 배홍동 비빔면을 먹기 전까지는 그랬다.

귀찮아하지 말고 꼭 으깨세요~

오늘, 눈을 뜨자마자 그날이라는 걸 알았다. 비빔면을 먹어야 하는 날. 며칠 전에 사둔 배홍동 비빔면이 있었다. 거짓말을 하지는 않겠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먹어보려고 사다 둔 것이 맞다. 그래도 처음 먹는 것은 아니다. 나는 새로운 라면이 눈에 띄었을 때 그 라면을 딱 한 개만 살 수 있다면 반드시 사두고 며칠 안에 먹어보기 때문에 배홍동 비빔면도 일찌감치 맛보았다. 꽤 맛있었지만, 특별히 인상적으로 맛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때는 ‘으깨서 넣으면 더 맛있다’고 되어 있는 참깨 토핑을 귀찮아서 그냥 뿌려 먹었다. 원래 라면 봉지 뒷면의 조리법을 잘 따르는 편인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참깨 토핑 봉지에도 쓰여 있는데 말이다.

오늘의 목표는 지난번 제멋대로 조리한 것을 반성하며, 라면 봉지 뒷면이 시키는 대로 조리해 먹는 것이다. 물론 액상 소스를 냉장고에 넣어두는 나만의 한 끗은 지켜야 한다. 냉장고에 소스를 넣고, 물이 끓는 동안 참깨를 으깼다. 귀찮아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간단하다. 봉지째 무언가로 밀어주면 되는데 밀대가 없어서 숟가락으로 밀었다. 잘 익은 면을 채로 옮겨 찬물로 헹구고, 냉장고에서 꺼낸 소스를 넣어 골고루 비비고, 으깬 참깨 토핑을 뿌렸다. 고소한 향이 났다. 한 젓가락을 먹고 나는 깨달았다. 배홍동 비빔면의 한 끗은, 바로 참깨 토핑이었다. 배홍동 비빔면에 대해서 단 한 줄의 후기를 남기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쓰겠다. “참깨 토핑은 귀찮아하지 말고 꼭 으깨세요. 꼭.”

인생은 ‘한 끗’을 찾아가는 과정

고소한 비빔면을 먹으며 생각했다. 삶에도 그런 한 끗이 있을 것이라고. 일상을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드는 한 끗, 내 인생을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인생으로 만드는 한 끗. 내 인생의 한 끗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아낌없이 뜨겁게, 또 오래 좋아해 온 것들 덕택에 일상에 크고 작은 이벤트를 심어두고 언제나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애호하는 마음을 한 끗으로 쓰고 말하며 지금의 내가 되었다.
라면도 그중 하나다. 라면을 좋아하는 마음이 한 권의 책이 된 후 ‘라면에 진심인 작가’가 되어, 라면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쓰는 일 덕분에 나는 애호의 마음을 한 끗으로 가진 작가가 되었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이니, 나를 나로 만드는 한 끗도, 내 삶을 더 나은 방향을 데려가는 한 끗도 모두 다를 것이다.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사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러니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힌 소스라는 한 끗, 으깬 참깨 토핑이라는 한 끗을 통해 더 맛있어진 비빔면을 확인해 봤다면, 내 삶에서도 차이를 만드는 한 끗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보면 어떨까? 누가 알겠는가. 삶이 지금보다 더 고소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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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1
  • 댓글목록

    nskun님의 댓글

    nskun 작성일

    와... 액상스프를 냉장고에 넣을 생각은 못해봤네요.. 다음엔 꼭 넣어서 더 맛있게!!

    율촌화학화이팅님의 댓글

    율촌화학화이팅 작성일

    배홍동을 더맛있게 먹을수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