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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겸 작가 타일러 라쉬
유창한 한국말로 논리를 풀어가는 그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됐죠.
그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전 세계에 닥친 기후위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이슈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와 그가 한국의 매력에 빠진 이유,
성공적으로 해외 진출하고 있는 농심에 건네는 조언까지, N터뷰에서 들려드립니다.
매회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2월의 N터뷰를 보고 인상적인 부분이나 후기를 댓글로 작성해주세요.
3명을 추첨해 타일러 라쉬의 사인 저서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보내드립니다.
- 2021년이 한 달 보름 정도 흘렀어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새해를 시작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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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20년은 모두에게 굉장히 혼란스러운 해였죠.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였어요. 2021년은 앞으로 닥칠 기후위기를 비롯해 많은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대비하는 시간으로 삼았어요.
저는 미국 사람이지만 한국에서 살고 있잖아요. 제가 아프거나 일을 할 수 없게 된 경우, 미국에 계신 부모님이 아프실 경우 등 여러 상황을 놓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했어요. 무겁게 들릴 수 있지만 대비해야 할 문제니까요.
- 기후위기와 같은 환경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런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
A. 저는 미국의 버몬트라는, 자연이 아름다운 곳에서 많은 경험을 하면서 자랐어요. 학교에서 ‘창의적 글쓰기’ 수업을 한다면 숲에 가서 주변 자연을 영감삼아 글을 쓰게 하는 식이죠. 자연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자란 거예요. 환경 문제, 기후위기에 대해 행동을 취해야겠다는 의식이 생기기까진 시간이 필요했지만요.
의식하게 된 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꿈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예요. 답을 고민하다 보면 그 끝에는 늘 환경 문제가 걸리는 거예요. 살고 싶은 지역이 해수면이 상승해서 잠길 예정이거나, 식량 부족 문제, 코로나19처럼 예측하지 못한 질병 문제가 심각해지면 제 계획은 의미 없어진다는 걸 깨달았죠.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누구라도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어요.
- 그래서 출간한 책이 <두 번째 지구는 없다>예요.
- A. 이 책에는 제가 어릴 때부터 경험한 자연의 이야기와 갈수록 우려되는 기후위기, 미래 환경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담았어요. 환경문제에 관심 가질 기회가 없었거나 어렵게 느껴졌다면 이 책을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했어요. WWF(World Wide Fund for Nature, 세계자연기금)의 감수를 받아 정확한 사실을 쓰려고 노력했고요. 책 역시 친환경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 국제삼림관리협의회) 인증을 받은 종이에 친환경 콩기름 잉크로 인쇄한 책이예요. 한국에서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 책은 처음 나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책을 읽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공감을 표해 주셔서 기뻐요.
- 한국에서 거주한지 10년 이상 지났어요. 처음 왔을 때와 지금 가장 달라졌다고 느낀 게 있다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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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국이 뭐든 빨리 바뀐다는 건 다들 알지만 그 변화를 체감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아요. ‘내비게이션이 없을 때가 기억 안 난다’ 이런 수준의 변화가 아니라면 사회적 변화는 눈치채기 어렵죠. 저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회적 다양성과 같은 이슈에 대한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는 걸 체감해요.
2011년 한국에 갓 왔을 때 거리를 걷다 보면 아이가 손가락질을 하면서 외국인을 구경거리 취급하는 일이 흔했어요. 곁에 있는 보호자가 제지해야 하는데 아무 말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충격적이었죠.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얼마 전 공원에서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데 다른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던 가족이 자연스럽게 한국말로 말을 건 일이 있었는데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게 됐죠.
- 농심은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하고 있어요. 해외 진출을 계획하는 기업을 컨설팅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농심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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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농심은 이미 잘 하고 있겠지만, 중요한 건 진출하려는 대상 시장에 특화할 부분을 고려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할랄식품 처럼요. 서양에서 집중하고 있는 환경 보호 문제나 현지의 문화적∙윤리적 개념을 이해할 필요도 있고요. ‘우리가 만든 제품은 조금 더 나은 제품이다’라고 어필할 때, 맛이나 브랜드로 접근하는 것을 넘어 ‘이 제품을 먹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라는 개념이 함께 가야 해요.
농심은 대체육 같은 비건 식품 연구를 하고 있죠. 기업이든 개인이든 ‘환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다짐을 하면 ‘완벽하게 하고 싶다’는 심리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완벽하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조금씩 해가면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가야 해요.
- 한국에 오기 전 미국에서 농심 제품을 접해본 경험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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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미국의 아시안 슈퍼에 가면 항상 신라면을 볼 수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동양계 친구들이 컵라면을 먹고 있으면 냄새로 그걸 먼저 알았던 것 같네요.
버몬트주에는 스키장이 많이 있는데요. 스키장에서 가끔 컵라면 먹는 아시아 분들의 모습을 봤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저도 라면을 무척 좋아해요. 한국 음식은 대부분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없어요.
- ‘타일러 라쉬’ 에 대한 수식어 중 ‘언어천재’를 빼놓을 수 없어요. 언어 공부 잘 하는 요령은 뭘까요?
- A.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영어와 한국어 외에 불어 등 여러 언어를 익혔어요. 외국어를 배울 때 중요한 건 ‘공부’와 ‘배움’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시작하는 거예요. ‘배운다’는 태도가 몸에 배야 해요. ‘문화가 몸에 뱄다’라는 말처럼 언어가 나에게 배는 거죠. 그러려면 가능한 한 나의 환경을 그 언어위주로 설계해야 해요. 스마트폰의 언어 설정을 바꾸고, 콘텐츠를 볼 때 한국어 자막을 안 쓰는 식으로요. 언어에 더 많이 부딪히고 깨달음의 순간들이 찾아와야 배울 수 있어요.
- 타일러 씨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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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제 아버지는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귀화해서 미국 사람이 됐어요. 항상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조언하셨죠. 국적뿐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 좋다는 의미로 하신 말씀 같아요.
저는 요즘 저의 미래에 대한 계획과 여러 가능성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가족과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데, 한국에서 사는 것도 미국에서 사는 것도 다 좋거든요.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치고 싶지 않아 두 나라에 걸친 저만의 시스템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농심인들에게 보내는 한 마디 부탁드려요.
- A. 농심에는 굉장히 많은 직원 여러분이 함께 맛있는 제품들을 만들고 계실 텐데요. 우리 모두가 잘 살기 위해서는 환경이 중요한 만큼 일을 하는 동안 각자의 업무에서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하면 더 친환경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